물가가 오르면 모두 손해를 본다고들 한다. 그런데 난 한 번도 내 월급이 줄었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매달 27일이 공포로 다가왔다. 인플레이션은 그렇게 조용히 내 삶을 잠식하고 있었다.
1. 매달 빠듯해지는 27일
“벌써 잔액이 이거밖에 안 남았다고?”
이번 달 27일.
급여일인데도 난 스마트폰 계좌 앱을 두 번이나 새로고침했다.
세후 236만 원. 작년 이맘때와 똑같은 월급이지만, 체감은 달랐다.
월세는 그대로인데, 관리비는 4만 원이 더 나왔다.
편의점 도시락은 작년보다 1,000원이 비쌌고, 택시 기본요금도 올라 있었다.
버티며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서서히 잠겨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2. 인상은 없고, 인상된 건 많고
회식 자리에서 상무가 농담처럼 말했다.
“옛날엔 이 돈이면 삼겹살에 소주까지 거하게 먹었는데, 요즘은 그냥 국밥 하나 값이네.”
모두가 웃었지만, 그건 웃긴 얘기가 아니었다.
2025년 4월,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물가상승률이 4.2%**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체감상승률은 그보다 훨씬 높았다.
점심 한 끼, 출퇴근비, 생수 한 통까지 전부 인상됐다.
문제는 내 월급만 제자리라는 거였다.
3.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형, 이게 말이 돼요? 난 월급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만 계속 늘어요.”
나는 형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대출도 없고, 외식도 줄였는데도 통장 잔고는 점점 줄어들었다.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인플레이션이야.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거지.
네가 236만 원을 받더라도, 그게 쓸 수 있는 ‘양’이 예전보다 적어진 거야.”
“근데 왜 월급은 안 오르죠?”
“물가보다 더 빨리 기업이 손해를 보거든. 그러니까 버티는 거지. 결국 피해는 우리 같은 사람이 보게 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통장을 다시 열어 보니, 숫자는 그대로인데도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4. 조용한 약탈자
인플레이션은 세금처럼 티 안 나게 가져가는 도둑 같았다.
나는 내 돈을 그대로 받았고, 그대로 썼다.
그런데 남은 건 줄어 있었다.
매달 받은 236만 원은
작년에는 라떼+샐러드+지하철 요금+데이트+적금 30만 원까지 가능했는데,
올해는 라떼X+김밥천국+버스+데이트 생략+적금은 겨우 10만 원 수준이다.
‘왜 이런 걸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줬을까?’
‘왜 이런 건 뉴스에 소리 내서 얘기하지 않을까?’
그저 **“요즘 물가가 좀 올랐죠?”**라는 말로 다들 지나쳐버리는 그 현상 속에,
내 삶의 여유와 미래가 조금씩 잘려 나가고 있었다.
5. 내가 줄이고 있는 건 생활이 아니라 삶이었다
카페에 가면 예전엔 아메리카노와 크루아상을 함께 시켰다.
지금은 아메리카노만, 그것도 테이크아웃으로.
점심도 점점 단순해졌고, 친구와의 약속도 줄어들었다.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치약은 할인행사만 기다려 샀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는 비용을 줄인 게 아니라, 내 삶의 질을 줄이고 있다는 것을.
인플레이션은 단지 물가가 오르는 문제가 아니라,
나의 현재와 미래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조용한 압박이었다.
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inflation)은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돈의 실질 구매력이 하락하는 현상입니다.
월급이 그대로라도, 물가가 오르면 실질 소득은 줄어든 것과 같습니다.
예: 같은 1,000원이 작년엔 커피 한 잔이었지만, 올해는 부족하다면 → 인플레이션이 작용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