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급했을 땐, 숫자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서류도 빠르고, 당일 입금이라는 말에 난 고민 없이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의 선택은 매달 통장에서 천천히 나를 갉아먹는 함정이었다.
그게 ‘이자율’의 무서움이었다.
1. “당일 입금 가능해요!”
2024년 여름, 나는 갑자기 돈이 급했다.
어머니 병원비와 밀린 월세, 심지어 카드 결제일까지 겹쳤다.
은행은 신용등급이 낮다며 연 6%대 상품만 보여줬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대출 중개 앱은 달랐다.
"간편 심사, 당일 입금, 최대 3,000만 원까지!"
하루라도 빨리 필요한 상황에서, 나는 조건을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
그 앱은 나를 한 사금융 업체로 연결시켰고, 거기서 들은 말은 이랬다.
“대신 이자율은 좀 높아요. 연 14.9%. 하지만 신용조회 기록 안 남고 바로 나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1,000만 원을 빌렸다.
2. 갚기 시작하며 알게 된 ‘진짜 비용’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
한 달 뒤, 첫 자동이체.
날짜는 정확히 기억난다. 8월 15일.
통장에서 빠져나간 금액: 149,000원.
‘원금 1,000만 원에 한 달 이자 14.9%면... 어? 왜 이렇게 많지?’
그제야 검색창에 ‘이자율 계산법’을 쳐봤다.
연 14.9%는 매달 약 1.24%,
즉, 매달 약 124,000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일부 상품은 ‘원금분할상환’이 아니라 이자만 먼저 내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갚는 건 원금이 아니라, 먼저 이자라는 이름의 벌금이라는 걸.
3. 은행보다 쉬운 이유
며칠 후, 회계팀 선배에게 하소연처럼 말했다.
“이자만 너무 많이 내는 기분이에요. 대출 받은 지 넉 달째인데 원금은 거의 줄지 않았어요.”
선배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은행이 쉽게 안 빌려주는 이유를 이제 알겠지.
리스크가 큰 사람은 결국 비싼 값을 치르게 돼.”
나는 ‘리스크’라는 단어가 내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은행은 나를 거절했지만, 사금융은 나를 선택했다.
그 선택의 뒷면엔 바로 ‘이자율’이라는 장벽이 있었다.
4. 이자율은 ‘나’를 반영한다
3개월 후, 나는 1,000만 원 중 겨우 200만 원을 갚았다.
하지만 이미 이자만 60만 원 넘게 낸 상태였다.
계약서를 다시 꺼내보았다.
거기엔 작게 쓰여 있었다.
“연 이자율 14.9% / 월 이자 상환 방식 / 중도상환수수료 2%”
그 모든 숫자가 지금의 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나, 현금흐름이 불안한 나, 리스크가 큰 나.
그리고 나는 비싼 이자율로 그 ‘나’를 감당하고 있었다.
5. 뒤늦은 비교, 그리고 교훈
겨우 여유가 생긴 6개월 뒤, 나는 기존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기로 결심했다.
은행 상담원은 이렇게 말했다.
“신용등급 회복도 중요하지만, 비교 없이 서두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 말이 잔인하게 들렸다.
‘그땐 몰랐다’는 말이 모든 책임을 덮어주진 않으니까.
나는 지금도 이자 납부일을 달력에 표시해놓고 산다.
그 숫자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지난 선택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번엔, 속도보다 숫자를 먼저 보자.”
이자율이란?
이자율은 대출 금액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자)을 내야 하는지를 백분율로 표현한 것입니다.
- **연 이자율 10%**란, 1년에 원금의 10%를 이자로 낸다는 뜻
- 이자 방식은 단리, 복리, 원금균등, 원리금균등, 이자후불 등 다양
→ 반드시 상환 방식과 수수료 포함 여부까지 확인해야 정확한 비용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