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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뜻과 실전 실패 사례, 휴지조각이 된 내 첫 주식

by 정보박스100 2025.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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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지 않으면 언젠간 오른다."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들었던 말이었다.
그 말엔 치명적인 전제가 빠져 있었다.
그 회사가 **주식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 경우’**에만 통하는 말이라는 것.
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종목을 믿었고, 회사가 상장폐지된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그때,
내 첫 주식은 조용히 사라졌다.
내가 아끼던 꿈과 함께.

1. 내 첫 주식, 그 회사는 싸고 작았다

2022년 가을, 나는 생애 처음으로 주식을 샀다.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삼전’, ‘네이버’, ‘미국 ETF’를 산다고 할 때,
나는 HTS 하단에 보이는 테마주 목록을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종목이 눈에 띄었다.
주가는 1,200원대.
최근엔 급등 이슈가 있었고, 거래량도 꽤 나왔다.

뉴스 검색을 해보니,
“탄소중립 관련 기술 특허 보유”
“국내 유일의 B2B 전자소재 개발사”
라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PER은 낮았고,
과거 주가 흐름을 보니 1년 전엔 3,500원까지 갔던 종목.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설령 다시 3,500원까지 안 가더라도,
2,000원까지만 가도 60% 수익이네.
이건 밑져야 본전이야.’

나는 가진 예수금 80만 원으로
1,200원짜리 주식 600주를 샀다.
내 생애 첫 매수 버튼 클릭이었다.

2. 떨어지는 주가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처음 며칠간은 평온했다.
주가는 1,250원~1,300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2주 뒤,
갑자기 거래량이 줄고 주가는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1,100원 → 980원 → 920원…
처음으로 계좌에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 숫자가 찍혔다.
나는 ‘잠깐 조정이겠지’ 하며 무덤덤한 척했지만,
사실 속은 조마조마했다.

그러던 중,
모바일 증권앱에 낯선 문구가 떴다.

[관리종목 지정 공시]
최근 3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및 자본잠식률 50% 이상

나는 당황했다.
‘관리종목?’
‘자본잠식?’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몰랐다.

검색을 해보니,
상장폐지 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때 처음, 머릿속에 '혹시'라는 불안이 스쳤다.

3. 거래정지, 그리고 침묵의 시간

2023년 1월 어느 날 아침,
HTS에 접속했는데 계좌가 이상했다.
내가 들고 있던 종목명이 회색으로 변해 있었고,
현재가와 거래량은 ‘0’이었다.

그리고 아래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거래정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지정

그날 회사는 해명 공시를 냈다.
"당사는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 사업 확보를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할 예정이며…"
이런 문장들로 가득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형식적인 문구였다.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주식은 더 이상 팔 수 없었고,
주가는 고정되어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돈이 갇혔다’는 감정을 느꼈다.

4. 마지막 5일, 정리매매라는 이름의 파산

4월 중순,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회계감사 의견 거절, 자본잠식률 지속’이었다.

그리고 정리매매 일정이 공지되었다.
5일간, 하루 두 번의 단일가 매매.
호가제한폭 ±30%, 거래량 매우 적음.

첫날, 나는 시장가로 매도 주문을 넣었다.
체결되지 않았다.
둘째 날, 850원에 100주만 체결.
셋째 날, 700원에 또 200주 체결.

마지막 날,
나머지 300주는 510원에 팔려나갔다.

600주 평균 매도가 670원.
총 수익은 약 40만 원.
내 원금 80만 원은,
반 토막 난 채로 사라졌다.

5. 교훈은 통장 잔고에 새겨졌다

처음엔 자책했다.
‘왜 그 종목을 샀을까?’
‘왜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공시에 반응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경험이 내게 알려준 것들이 소중해졌다.

이후 나는 종목을 고를 때

  1. 최근 3년 영업이익 연속 적자
  2. 감사의견 한정·거절 이력
  3. 자본잠식률 50% 이상
  4. 관리종목 지정 이력
    이런 조건에 해당되면 무조건 제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싼 종목’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싼 건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존재 가치의 상실’이라면
언제든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제개념 정리: 상장폐지란?

상장폐지는 특정 기업의 주식이
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되고 퇴출되는 절차
를 말합니다.

상장폐지 사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 3년 연속 영업손실
  • 자본잠식률 50% 이상
  • 감사의견 ‘거절’ 또는 ‘한정’
  • 공시의무 위반
  • 횡령·배임 등 중대한 범죄

상장폐지 결정이 나면
5일간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지고,
이후에는 계좌에서 종목이 사라지며 사실상 ‘휴지조각’이 됩니다.

마무리

주식은 수익보다 먼저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존재하지 않으면, 수익도, 회복도, 의미도 없다.

상장폐지란 단어는 차가운 회계 용어처럼 보이지만,
개인 투자자에게는 감정과 시간, 희망이 사라지는 사건이다.

지금도 나는 가끔 그 종목의 이름을 떠올린다.
내 첫 주식.
내가 가장 소중히 샀던 주식.
하지만 ‘기초가 없었던 선택’은 늘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는 걸
그 종목이 조용히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