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식은 연 7% 배당을 준대.”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
은행 이자가 2%도 안 되는 시대에 7%면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당을 받은 날, 계좌 잔고는 오히려 줄어 있었다
배당주는 안전하다는 내 믿음, 그날 산산이 깨졌다.
1. 고배당주, 돈 되는 선택처럼 보였다
나는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1년 차쯤이었고,
매매로 수익을 내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때 한 유튜브에서 "매년 배당만 받아도 월급처럼 쌓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배당주는 들고만 있어도 돈이 들어온다는 말에 꽂혔다.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2023 고배당주 추천"
"배당수익률 높은 종목"
그리고 찾았다.
D화학, 배당수익률 약 7.2%
최근 주가는 64,000원대.
작년 말 기준 4,600원의 배당을 지급했다고 한다.
나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100주면 46만원.
세금 빼도 약 41만 원은 받을 수 있다.
‘이건 거의 확정 수익이잖아?’
나는 고민도 없이 100주를 샀다. 총 640만 원 투자였다.
2. 배당락, 예상 못한 주가 하락
배당기준일이 지나고 며칠 뒤,
배당락이라는 말이 검색어에 올라왔다.
배당락일 = 배당 받을 권리가 사라진 다음 날
즉, 배당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해당 주식은 배당만큼 ‘가격이 조정’된다는 것이다.
그날 아침, D화학의 시초가는 61,000원.
전날보다 -3,000원 하락이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배당이 나올 주식이라면 오르는 거 아닌가?
왜 떨어지는 거지?’
검색 결과는 냉정했다.
“배당만큼 주가가 빠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주당 현금 4,600원을 줬으니,
그만큼 회사의 가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회사가 돈을 주주에게 주는 건 동시에 자산의 유출이며,
그것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뜻이었다.
3. 배당을 받았는데 왜 더 손해일까
3월, 배당금이 입금됐다.
세후 약 41만 원.
계좌에 찍힌 그 돈을 보며 약간은 흐뭇했다.
하지만 같은 시점,
내 D화학 주식은 61,000원에서 또 하락해 59,500원이 돼 있었다.
배당 받기 전 총 투자금: 640만 원
배당금 수령: +41만 원
현재 주식 평가금액: 595만 원
총 손익: -4만 원
나는 멍해졌다.
‘배당 받았는데 왜 손해지?’
분명 배당수익률 7%라 하지 않았나?
하지만 현실은
배당을 받는 동안 주가는 더 많이 빠져서,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였다.
4. 배당수익률의 착시
나중에서야 제대로 알게 된 사실.
뉴스에 나오는 배당수익률 7.2%는
‘작년 주가 기준’이었다는 것.
예를 들어,
작년 말 주가가 63,000원이고,
주당 배당이 4,600원이면
배당수익률은 7.3%가 맞다.
하지만 나는 64,000원에 샀고,
배당받은 후 주가는 59,500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배당수익보다 주가 하락이 더 컸기 때문에 손실이 난 것이었다.
또 하나 착각했던 것:
배당은 확정된 이익이 아니다.
매년 반드시 줄 거라는 보장이 없고,
회사 사정이나 이사회 결정에 따라 언제든 줄거나 없어질 수 있다.
5. 배당주는 진짜 안정적인가?
사실 배당주는 전통적으로 중장기 보유에 적합한 자산이다.
특히 미국의 배당귀족주처럼
20년 이상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회사라면
신뢰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의 배당주는 다르다.
- 배당이 매년 바뀜
- 특별배당 후 다시 줄어드는 사례 많음
- 주가 변동성이 커서 배당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음
또한 ‘배당 많이 주는 회사 = 좋은 회사’라는 생각도 경계해야 한다.
어떤 기업은 성장이 어려워
그냥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즉, 배당은 수익이 아니라 위험과 함께 온다.
개념 정리: 배당주, 배당수익률이란?
- 배당주는 주주에게 현금이나 주식으로 정기적으로 수익을 나눠주는 회사의 주식을 말한다.
-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 ÷ 현재 주가 × 100
으로 계산된다.
예시:
- 주당 배당금이 4,600원
- 현재 주가가 64,000원일 경우
→ 배당수익률 = 7.2%
※ 하지만 배당기준일 이후 배당락으로 인해 주가가 조정되므로,
단기 보유자의 경우 오히려 손해가 날 수 있다.
마무리
“배당도 받고, 주가도 오르면 좋잖아.”
그 생각으로 시작한 배당주 투자는
배당은 받았지만, 계좌 잔고는 오히려 줄어 있었다
배당주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믿음은 언제나 위험하다.
배당은 ‘플러스 알파’일 뿐,
기초체력이 없는 기업의 배당은 일회성 쇼일 수도 있다.
이제는 배당이라는 단어가 반가우면서도,
두 번쯤 더 확인하게 된다.
‘이게 정말 나에게 이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