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조금만 올라가도 2배 벌 수 있어.”
그 말은 너무 달콤했다.
주식을 몰라도 지수만 보면 된다니, 얼마나 단순하고 매력적인가.
나는 망설임 없이 레버리지 ETF를 샀다.
하지만 며칠 뒤,
지수는 그대로였고,
내 계좌는 낯선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1. ‘이제는 지수 시대’라는 유행어
내 주변에는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2020년 이후,
ETF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삼성전자 말고, 그냥 코스피 레버리지 사면 돼.”
“ETF는 기업 분석 안 해도 되니까 편해.”
“레버리지는 하루 2배 수익이잖아. 단타용으로 딱이지.”
나는 한동안 듣기만 하다가
결국 KODEX 레버리지 ETF를 샀다.
코스피 지수가 2,500일 때였고,
레버리지는 약 25,000원에 거래 중이었다.
‘지수가 2,600만 돼도 이건 10% 이상 오를 수 있겠네.’
나는 100주를 샀다.
약 250만 원 투자.
생각보다 단순하고 확신도 있었다.
2. 이상하게 움직이는 계좌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였다.
코스피 지수는 2,505로 소폭 상승.
그런데 내 레버리지 ETF는 +0.3%뿐이었다.
‘이상하다? 이거 2배 아닌가?’
며칠 후, 코스피 지수가 다시 2,495로 내려갔다.
딱 -0.4% 하락이었는데,
내 ETF는 -1.2% 하락.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레버리지 ETF는 복리 구조의 ‘일일 수익률 추적형 상품’**이라는 것을.
즉, 하루 단위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매일 2배씩 움직인다.
그래서 지수가 며칠 오르락내리락만 해도
ETF는 점점 손실을 키운다.
3. 박스권이 위험한 이유
나는 코스피가 결국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수는 한 달 넘게
2,450 ~ 2,55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이 구간에서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변동할 때마다 수익률이 리셋되고,
‘마이너스 복리’ 효과가 쌓였다.
결과적으로
지수는 제자리였는데,
내 ETF는 10% 이상 빠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혼란스러웠고,
매일 계좌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4. 손실은 2배로, 회복은 4배로
레버리지는 수익률이 2배인 만큼
손실도 2배다.
그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잘 모르는 건
손실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수익률은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예시:
- 100만 원 → 20% 손실 → 80만 원
- 80만 원을 다시 100만 원으로 만들려면?
25% 수익이 필요하다.
그런데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 구조상
크게 오르기도 어렵고,
하루만 반대로 움직이면 수익률이 다시 증발한다.
결국 나는
지수가 소폭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의 손실은 깊어졌고,
어느 순간엔 아예 손절 버튼을 눌렀다.
5.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사실들
레버리지 ETF를 사고 나서야 알게 된 진실들.
- 이건 단기 투자 전용 상품이었다.
- 하루 기준 수익률 추적 구조였기에
장기 보유할수록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 지수가 오르기만 해도 안 되고,
급하게 오르고 그 추세가 유지돼야
제대로 수익이 난다. - 박스권, 변동성 장세에서는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다.
나는 그 사실들을 알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개념 정리: 레버리지 ETF란?
- 레버리지 ETF는
특정 지수(예: KOSPI200)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적하는 상품이다. - ‘레버리지’란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노리는 방식.
주식에서 레버리지는 주로 ETF, 선물, 신용거래 등에 사용된다. - 예시:
코스피 지수가 하루 +1% 상승 →
레버리지 ETF는 약 +2% 상승
⚠️주의사항
- 일일 수익률 기준이므로 장기 보유 시 수익률이 왜곡됨
- 지수의 방향성이 명확하고, 단기 급등장이어야 유리
- 박스권에서는 손실 누적 가능성 높음
- 복리 효과가 마이너스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
정리
나는 두 배의 수익을 바랐지만,
두 배의 손실과 세 배의 후회를 얻었다.
레버리지는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무기를 다룰 줄 모르면
계좌에 쏘는 총이 된다.
이제는 알았다.
쉬워 보이는 투자는
진짜 쉽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레버리지 ETF는
경험과 분석, 철저한 시나리오가 있을 때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