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은 무조건 수익이래.”
“상장 첫날 팔기만 하면 따상인데 뭐가 어려워?”
그 말만 믿고,
나는 경쟁률 치열한 청약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공모주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착각이기도 했다.
1. 주변에서 ‘따상’ 자랑이 쏟아졌다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내 주변엔 공모주로 수익을 낸 사람들이 많았다.
- “카카오게임즈 공모받아서 100% 먹었어.”
- “SK바이오팜은 따상상 갔지.”
- “청약만 넣으면 돈 벌 수 있는 시대야.”
나도 뒤처지기 싫었다.
마침 새로 청약 예정인 **‘A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있었다.
반도체 검사장비 관련 기업으로
미래 성장성도 있고, 언론에서도 긍정적인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증권사 앱에 접속해
청약증거금 1,500만 원을 넣고 청약을 신청했다.
균등 배정도 도입됐다는 말에
적은 주수라도 받을 수 있겠지 싶었다.
2. 배정은 받았지만, 기대와는 달랐다
청약 마감 후,
공모 경쟁률은 무려 800:1이었다.
균등 배정으로는 1주를 받았고,
비례 배정으로는 5주를 더 받아
총 6주를 받았다.
공모가는 25,000원.
총 투자금은 150,000원.
청약증거금의 90%는 돌려받았다.
‘첫날 따상 가면 6만 원 차익이다!’
기대감으로 가득 찬 채
상장일을 기다렸다.
3. 상장 첫날, 기대와 다른 차트
드디어 상장일 아침 9시.
호가창을 켜자, 시초가는 26,000원으로 시작했다.
공모가보다 겨우 1,000원 오른 수준.
‘이럴 리가 없어. 시작은 이래도 상한가 가겠지.’
하지만 10시가 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주가는 24,000원 아래로 내려갔다.
공모가 이하.
결국 종가는 23,500원.
평균 단가로는 약 7~8% 손실이었다.
팔자니 손해고, 들고 있자니 불안했다.
4. 공모주가 항상 따상 가는 게 아닌 이유
이때부터 나는
공모주의 구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① 공모가는 '희망 가격'이 아니다.
공모가는 기관 수요예측과 기업 가치평가로 정해지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지나치게 고평가된 경우도 많다.
② 따상은 시장 과열기 때만 나오는 현상이다.
2020~2021년처럼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엔
공모주가 상장 당일 급등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시장이 냉각되면 따상은커녕
공모가 밑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③ 기관의 보호예수 해제 타이밍도 중요하다.
상장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관이 보유한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급락장이 펼쳐질 수 있다.
즉, 공모주 투자는 단순히 ‘초기 매수 → 따상’이 아니라,
기업 가치 + 시장 분위기 + 기관 수요 구조까지 함께 고려해야 가능한 영역이었다.
5. 지금은 ‘청약은 무조건!’이라는 말을 의심한다
그날 이후, 나는 공모주 청약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 무조건 넣지 않는다
→ 업종이 너무 과열되었거나
→ PER이 기존 상장사보다 너무 높으면 청약 자체를 포기한다.
✅ 최소 청약 수량만 넣는다
→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
→ 큰 돈 묶이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
✅ 청약 후 ‘초기 물량 물량 배정 구조’를 살핀다
→ 기관이 100% 수요예측 참여 → 대부분 차익 실현 목적이면 조심
✅ 실적 없는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더 조심
→ 흑자 전환한 적 없는 기업은
→ 상장 후 주가 방어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 개념 정리: 공모주 청약이란?
공모주 청약이란
비상장 기업이 상장하기 전,
일반 투자자에게 일정 수량의 주식을 미리 분양받는 과정이다.
- 공모가: 주식이 상장되기 전, 정해진 매수가
- 청약증거금: 청약 신청 시 넣는 보증금 (일반적으로 50%)
- 균등 배정: 모든 청약자에게 일정 수량을 동일하게 배정
- 비례 배정: 많이 넣을수록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는 방식
- 따상: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상한가(따), 이후 상한가 한 번 더 가는 경우(상)
⚠️ 공모주 투자 유의점
- 시장 상황에 따라 따상은커녕 손실 가능성도 존재
- 고평가된 공모가일 수 있음
- 기관 투자자의 매도 타이밍이 주가를 결정하기도 함
- ‘청약=무조건 수익’은 과거의 이야기일 수 있음
마무리
나는 청약에 성공했지만,
투자에는 실패했다.
왜냐하면 청약 성공과 수익 실현은 별개였기 때문이다.
공모주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분석과 타이밍이 함께할 때만 유효하다.
‘남들이 다 하니까’
‘청약 넣는 건 공짜니까’
그런 생각으로 접근했다면
공모주는 당신에게도,
단지 짧은 기대와 긴 후회의 이름이 될 수 있다.